"아빠는 야구가 제일 좋지? 나랑 엄마는 그 다음이고!” 며칠전 아이가 내게 한 말입니다. 야구 사회인 리그에 가입해 2주에 한 번 꼴로 시합에 나가게 되는데, 하필이면 꼭 아이가 학교를 쉬는 토요일에 시합이 잡히곤 해요. 게다가 야구가 낙인지라, 시합이 있는 날은 친지들의 결혼식이나 집안 잔치, 심지어 벌초조차 미루거나 지각을 하고서도 시합을 나갈 정도니 가족들이 싫어할 만 했죠.


아무래도, 야구보다는 가족이 먼저가 아닐까 

그러던 중, 9월의 어느날 T-world에서 ‘밤줍기 행사’에 관한 이메일이 날아왔습니다. 시골에서 자란 저인지라 밤을 줍는 다는 게 그리 특별하지는 않았어요. 해마다 이맘때면 동생들과 동네 할머니 댁의 울타리 밖에 떨어진 밤을 따던 기억 등 워낙 일상적인 일이었으니... 하지만, 8년 인생을 도시에서만 보낸 아이는 그런 추억이 있을 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은 오전에는 테니스 대회, 오후에는 야구 시합이 있더라구요. 워낙 야구와 테니스를 좋아하다보니 엄청 고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아내와 아이와 함께 할 최고의 날은 그날 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당연히 가족이 먼저죠. 순간 망설여졌지만 가족과 함께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행사장인 양평 금호농원으로 향하는 내내 아내는 ‘해가 서쪽에서 뜰라나? 당신이 왠일이야?’ 하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아이도 얼굴에 흥분이 가득했구요. 전 참 못난 남편이죠? 이렇게 쉬운걸... 가족에게 너무 무심했다니...


금호농원에 도착하니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차를 대놓고 밤을 줍고 있었습니다. 주인아저씨가 밤이 많다는 장소로 가보니 이미 초토화가 됐더군요. 요즘 말로 이런걸 ‘낚였다’고 하나요? 이거 밤 찾기가 만만치 않더군요. 괜히 가족여행이라고 하고 고생만 하는게 아닌가 살짝 걱정도 되더라구요. 담배를 한 대 피우는 찰나에 갑자기 예전 기억을 되살려 밤이 많은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하! 사람들이 별 생각없이 슥슥 지나치는 정문 뒷편이 바로 ‘사각지대’였습니다. 누가 들을세라 ‘아, 밤이 왜이렇게 없어!’라는 추임새를 넣으며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어 정문 뒤로 오라고 했습니다. 역시! 생각대로 그곳은 밤 천지더군요. 가족과 나는 결국 그곳에서 밤을 담는 자루 세 개를 가득 채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느낌 

사실 생각해보면 밤 자루 하나에 만 원씩 파는데, 8천원에 산을 타가면서 주운게 뭐가 자랑스러울까만은...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과 함께한다는 기분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기분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예전에 영종도에 바지락 주울 때 처럼, 가족과 무언가 몰두해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기름값이나 통행료 보다도 훨씬 값지지 않겠어요?



돌아오는 길에 가족과 들른 바베큐 숯불 구이 식당에서 막걸리를 한잔 쭈욱 들이키니, 그 기분만은 마치 농부 여러분들이 새참드시는 그것 같더라구요. 주인장에게 부탁해 우리 가족이 주워온 밤과 고구마를 구워먹으니 기분은 훨씬 업됐습니다. 돌아오는 길, 다들 피곤했는지 모두 곤히 자는 모습을 보니 예전 샌프란시스코 여행 생각이 났습니다. 모하비 사막 800km를 차로 가르지르는 동안, 그 넓은 공간에 의지할 것이라고는 가족 뿐이더라구요. 졸음 운전 걱정하지 않고 제게 모든걸 맡기고 편히 쉬는 가족. 함께 한 시간 만큼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의지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겠죠? 그렇게 좋아하는 야구보다도 더욱 행복했던 가족과의 밤줍기 여행을 선사해준 SK텔레콤, 정말 감사합니다!


 nadan67(SK텔레콤 우량고객) 
SKTstory.com 오픈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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