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로이(SK텔레콤 블로그 에디터)

시각장애인 부모님을 둔다는 것. 상상 만으로는 그 기분이 어땠을까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평범한 부모님을 둔 저로서도 사춘기 때는 반항했고, 그렇게 부모님과 사이가 조금씩 멀어졌다가 제 자신이 아이를 낳게 되고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특별한 부모님을 갖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그녀는, 학교 다닐 적 어버이날이 가장 두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시각장애인 부모님을 둔 최빛나님. 어려서부터 부모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피할 수 밖에 없었더랍니다. 어버이날이 두려웠던 건, 다른 아이들과 달리 자신은 편지를 쓰고, 그걸 부모님께 읽어드려야 했기 때문이었지요. 부모님은 점자를 써야 했고, 빛나님은 점자를 몰랐으니까요. 자신이 쓴 걸 읽는다는 것이 참 쑥스러웠고, 그 쑥스러움이 반복되면서 대화는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천성적으로 자상하신 부모님은 대화하기를 멈추지 않으셨답니다. 딸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마치 얼리어답터처럼 새로 나온 휴대폰과 컴퓨터를 끊임없이 공부하셨습니다. 그러다가 2005년의 어느 날, 지독하게 막히던 도로에 서 있던 버스 안에서 빛나님은 절대로 당연하게 생각할 수 없는 문자 한 통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라하눈 따라. 밤이 늦었다 조시해처 오려ㅁ"

지독하게 오자가 많았던 그 문자 한 통이 빛나님에게는 큰 충격이었답니다. 그건, 20년이 넘도록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아버지의 최초의 편지였으니까요. 그 이후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들리는 소리에만 의지해서 컴퓨터로,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기 시작하셨고, 이젠 아무 문제없이 문자를 보내실 수 있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횟수도 점점 늘고, 길이도 길어지고, 말로 하기엔 좀 쑥스러운 그런 문자들을요.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보낸다 해도 읽는 건 어떻게 할 지가 궁금했는데, 빛나님이 보낸 문자는 휴대폰에 내장된 TTS(Text To Speech) 기능을 통해 부모님께 소리로 전달된답니다. 그러다 보니 이모티콘은 전달되지 않는다는 아쉬움은 있지요. 하지만 그것만 해도 어디인가요. 이렇게 문자가 오가면서 음성 통화도 자연스럽고, 따뜻해졌습니다.

문자로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한 까닭일까.
아버지와 빛나님의 통화는 꽤 즐거워 보였다.

빛나님은 어머니 생일 즈음 우연히 Tworld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가족들 외식비를 마련해 보겠다는 강한 의지(!)로 모바일 스토리 공모전에 응모하게 되었답니다. 사실은 상품권이 걸린 대상과 우수상을 노렸는데 아쉽게도 스토리상. 그래도 상을 탄 기념으로 부모님과 기분 좋게 저녁 식사도 같이 했답니다.^^

인터뷰 중 직접 보내주신 아버지의 문자.
영어와 기호가 자유롭게 섞여 있다.

원래 디지털과 이동통신 기술이란,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 겝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소통하게 만드는 기술, 그 기술의 힘을 빌어 우리는 말로 하기 힘든 얘기를 고백하고 또 마음을 전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마음을 전하는 기술로 빛나님 가족, 그리고 또 다른 가족들이 더 행복해지기를. 세상은 그렇게 조금 더 아름다워지고 있습니다. / S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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