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와 함께 하루를 보내며 웃고 행복한 그녀. 2009년 바야흐로 겨울, 11월의 끝에 그와의 이별을 결심하다. 단 하루도 떨어져본 적 없는 그와의 이별이 힘들지도, 추운 겨울 바람이 더 날카롭게 느껴지게 할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처음으로 이별을 결심. 이유인 즉, 너무 그에게 길들여져 버린 것 같아서 혼자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거침없이, 이별을 감행. 그리고 이별한 그 날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나와 그(휴대폰, 8세)의 만남은 벌써 8년 전 겨울, 처음으로 내 손에 쥐어진 그는 레드 컬러가 잘 어울렸고, 동글동글 꽤나 귀여웠다. 나와 친구들의 사이를 늘 연결해주었으며, 어디를 가나 우린 늘 함께였다. 당시는 게임도 즐겼기에 무척이나 행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둘이 함께라면.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어쩌면 새벽녘까지도 그와 떨어진 적은 없다. 언젠가부터 그의 소중함을, 그의 편안함이 점점 당연스레 여겨지는 날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11월 겨울의 아침, 나는 그를 남겨둔 채 떠났다. 생각보다 그가 없는 아침의 빈자리는 더 컸다. 늦게 뛰어나오는 탓에, 시계도 착용하지 않은 나는 그에게서 시간을 들을 수 없다. 지금이 딱, 시간을 보고서 버스와 지하철을 고민해야 할 시간인데 시간을 모르니 감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 없이 홀로서기를 나는, 성공할 수 있을까. 

 

01


때 마침, 온 버스에 몸을 싣고 습관처럼 끝자리에 앉은 나. 창 밖을 바라보며 슬슬 몰려 오는 졸음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데, 나를 깨우는 진동에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아 맞아’ 그와의 이별을 자각하고 씁쓸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손에 쥐고 있거나 빠른 손놀림으로 그들의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괜히, 마음 한 켠이 허전해졌다. 만일 그가 있었다면, 나는 지금의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재빠르게 알 수 있었을 텐데. 그가 더 이상 내게 정보를 전해주지 않음이, 길고 긴 이동시간을 더욱 길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당장 학교에 도착해서도, 혼자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을 생각을 하니 슬퍼졌다. 공중전화로 달려가자니, 고작 외우고 있는 번호가 집과 엄마, 멀리 있는 친구의 번호뿐임에 그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엄마를 학교로 오랄 순 없잖아. 라고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지만, 꽤나 씁쓸해졌다. 그래도, 수업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그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있을 거라는 알 수 없는 확신에 힘차게 버스에서 내렸다.


내 생활의 일부, 핸드폰을 두고 오니 왠지 거리마저 쓸쓸하다


학교 도착. 분명히 레포트가 있었는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원래는 다이어리에 손으로 메모를 하는데, 지난 주에는 다이어리 대신 그에게 메모를 남겨두었었다. 순간 순간 떠오르는 기억과 생각은, 다이어리와 연필을 꺼내 적는 것보다 그에게 나의 생각들을 말해주는게 훨씬 빠르고, 편하다. 그리고, 그 날의 기억을 후에 더욱 빠르게, 생생히 기억해낼 수 있게 해서 늘 그에게 의지하는 부분 중 하나였다. 기억나지 않는 과제를 누군가에게 물으려니, 번호도 기억나지 않고 레포트의 핵심조차 정확히 떠오르지 않았다. 주섬주섬 떠오르는 조각 기억들로 레포트를 겨우 마무리 짓고, 제출을 마감했다. 

학교에서 느끼는 그의 빈 자리가 더욱 크다니. 게다가 지나가는 모두가, 각자의 그를 데리고 있어, 오늘 하루 처음으로 떨어진 그를 더욱 생각나게 했다. 그의 진동이, 그의 필체가, 내 몸 곳곳에 녹아있어, 매 순간 떠올랐다. 너는 내게 큰 일부였다고, 다시 잘 부탁한다고 오늘 밤 그에게 전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는 길, 이어폰으로 전해지는 임창정의 <소주한잔>은 나마저 술이 고프게 했지만, 텔레파시를 할 수 없는 나는 조용히 집으로 혼.자. 터덜터덜. 

고요한 퇴근길의 버스 안은 나를 더 고요하게 만들었다. 예전 같으면, 그 덕분에 많이 웃었을 텐데.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그를 통해, 친구와 말도 안 되는 장난을 치며 놀았었는데, 버스 안에서 핫 이슈도 그에게서 들을 수 있었는데, 그는 버스비 할인 능력도 있었는데. 할인 받지 못한 버스 안에서, 제 각각 바쁜 혹은 졸고 있는 그들 사이에서 나는 그의 빈자리가, 나의 빈 손이 차가운 겨울바람에 더욱 시리게 느껴졌다. 


휴대폰으로 기사를 읽으며 가던 길고 긴 이동시간


집에 도착, 잠들어 있는 그에게 간단히 허기를 채워주고 깨웠다. 나는 이렇게 오늘, 이렇게 그를 버렸는데 친절히 알려주는 오늘의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들. 나 같으면, 미워서 버리거나 알려주지도 않았을 텐데. 역시, 나에겐 최고의 친구다. 휴대폰씨, 내일도 잘 부탁해. 넌 정말 최고의 ‘소통’의 기구이자, ‘메모장’이자, 빠질 수 없는 ’지하철 노선도’알리미 이자, ‘시계’야. 웃으면서, 내일을 시작하자! 유쾌하게, 같이!

휴대폰을 소중히 잘 대해줘야겠어요, 사랑해 휴대폰! 같이 찰-칵!


여러분은 두고 온 휴대폰에 불편했던 하루가 없으신가요? 어쩌면, 휴대폰에 너무 익숙해진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가요? 필요할 때 이상으로 찾게 되는 휴대폰. 하루쯤은, 다소 불편하겠지만 휴대폰이 없는 하루를 보내는 건 어떨까요. 휴대폰의 고마움을 깨달음과 동시에, 여러분이 신경 쓰지 못했던 주위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하나 더, 문자 대신 편지를 써보는 아날로그의 재미도 한 번 느껴보세요! 받는 사람도, 주는 당신도 추운 겨울 따뜻한 하루를 보낼 수 있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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