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호 (경영학 박사) 
미국발 신용위기의 한가운데에서 가장 가슴을 졸이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는 ‘헬리콥터 벤’이라 불리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위(FRB) 의장일 것이다. 헬리콥터 벤이라는 그의 별명은 프린스턴 대학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일본방문길에서 ‘일본이 디플레이션을 탈출하기 위한 방법’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면 된다’는 그의 농담 아닌 농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소신을 가지고 있던 버냉키 교수는 위기상황에서 FRB 의장이 되자 실제 그의 헬리콥터를 ‘B-52 현금 폭격기’로 업그레이드 했다는 평가(Ethan Harris, 리만브라더스 이코노미스트)까지 받은 바 있다.

미국은 버냉키 의장의 지휘 아래 사상 유례가 없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달러화를 찍어냄으로써 위기를 탈출하려 하고 있다. 경제위기가 본격화되자 미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내놓은 대책은 세금환급이었다. 2008년 2월 미국 의회는 1,7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통과시켰는데, 그 핵심은 국민 1인당 600달러, 부부의 경우 1,200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돌려준다는 것이었다. 경기침체로 미국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부문이 위축되자 국민들이 쓸 수 있는 돈을 직접 호주머니에 넣어주자는 것이었다. 비슷한 조치는 국내에서도 취해졌다. 2008년 6월 우리 정부는 고유가에 따른 서민생활 안정 및 저소득층 지원 차원에서 1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세금환급 및 보조금 지급방안을 발표했다. 이 조치의 일환으로 유가환급금 제도도 도입되었으며 올해 6월에 또 한 차례 대규모 환급이 시행될 예정이다.

경제위기 탈출을 위한 이러한 모든 조치들의 핵심은 소비진작에 있다. 어려운 가정경제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를 줄이는 것은 개인에게는 합리적인 행위인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경제 전체를 더 큰 위험에 빠지게 한다. 개인의 합리적 행동이 경제 전체의 합리적 선택으로 연결되지 않는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라 하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절약의 역설(Paradox of Thrift)이다. 절약은 개인의 차원에서는 미덕일 수 있으나 경제 전체의 수요 감소를, 이는 다시 공급 감소와 실업의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 경제 전체가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소비가 살아나야 한다.

경제는 순환이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살아난다. 현재의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결국 전 세계의 동시적인 소비진작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2008년 G20 정상회담에서 세계 각 국은 추가적인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중 17개국이 수입을 억제하는 47개의 보호무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 중 가장 큰 소비시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노골적으로 보호무역 조치로 선회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예산삭감과 작은 정부, 규제완화, 시장개방, 관세인하 등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전 세계에 강요하던 미국의 이런 이율배반적인 태도는 글로벌 경제에서 전형적인 구성의 오류를 몸소 보여주는 것이다.

[생활 속의 모바일] 경제위기의 구원투수로 나선 내수기업

이런 상황에서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기업들의 영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다행히 고환율에 의존해서 겨우 채산성을 맞추고는 있지만 글로벌 소비위축과 높아지는 무역장벽을 넘어서는 것은 의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국은 원유를 가져가고 대신 휴지조각(달러화)을 준다”는 이란 대통령의 과장된 표현이 아니더라도, 폭격기를 통해 쏟아지고 있는 달러로 인해 향후 환율은 내릴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세계은행의 2008년 자료에 의하면 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무역의존도는 우리나라의 경우 80%가 넘어 경제 전체가 환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향후 수년간 생존의 키워드는 내수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내수는 예측 가능성이 높고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위기상황에서도 기업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자 안전판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가 1997년부터 시작된 IMF 관리체제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IT업종을 중심으로 한 투자확대와 이를 통한 수요증대였다. 물론 이를 위해 20%가 넘던 금리를 3.25%까지 끌어 내리면서 투자를 촉진한 정부의 전략적 선택도 주효했다. 1998년 당시 2천개에 불과했던 벤처기업은 급속히 증가하여 2004년에는 1만 천개를 넘어서는 IT 벤처 붐을 불러왔다. 이런 폭발적인 성장의 배경에는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와 새로이 시작된 제2이동통신 및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후 전 세계적인 IT 버블의 붕괴와 함께 국내의 많은 벤처기업들도 결국은 사라졌지만 그 당시에 수행된 IT 분야의 성공적인 투자는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뿐 아니라 기술수준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전자의 LCD 사업 분야이다. 1995년 일본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던 LCD 시장에 첫 도전장을 내민 신참 삼성전자는, IMF 관리체제에 들어서던 1997년부터 1998년 불황으로 일본 업체들이 투자를 꺼리던 시기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TFT-LCD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였고 현재까지 세계 정상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IMF 관리가 시작되기 약 두 달 전인 1997년 10월 1일은 한국통신프리텔, LG텔레콤, 한솔 PCS등 3개 사에 의한 PCS 상용서비스가 최초로 실시된 날이다. 현재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과 신세기통신으로 구성된 이동통신시장에 후발주자로 참여한 3사에 의해 유도된 경쟁과 기술개발은 현재 우리나라 이동통신 기술을 세계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공헌을 하게 된다. 1995년 세계 최초로 CDMA기술 개발에 성공한 SK텔레콤은 이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상용화의 성공으로 이동통신 시장에서 절대강자의 자리를 굳히게 된다.

이들 기업에서 보는 것처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적기의 투자여력은 흔들리지 않는 수익기반을 통해 얻어진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의 수익을 기초로 과감한 투자를 수행할 수 있었다. 반면 곧바로 찾아온 IMF체제로 인해 전국망 구축에 필요한 공격적인 투자에 제한을 받은 신생 PCS업체들은 경쟁에서 밀려나고 인수합병 되고 말았다.

수출비중이 과도한 우리나라 경제체질을 감안할 때 향후 예상되는 환율의 하락은 경제회복 시기를 앞당기는데 주요한 장애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만 잘한다고 경제가 살아날 수는 없다. 당분간 내수기업이 경제회복의 선봉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에도 기업이 흔들리지 않는 것은 국내 수요기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내수기반은 도약을 위한 베이스캠프이자 뿌리이다. 뿌리가 튼튼하고 베이스캠프가 안전해야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다. 우리 경제의 구원투수로 나설 내수기업들의 선전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생각대로 되는 세상 ‘모바일 텔레매틱스’ 꿈의 향연

생각대로 되는 세상 ‘모바일 텔레매틱스’ 꿈의 향연

지난 21일 중국 상하이모터쇼에서 엄청난 일이 눈앞에서 구현되었다.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이동전화와 자동차의 디지털 컨버전스 서비스인 MIV를 선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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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텔레매틱스(MIV : Mobile in Vehicle)’는 이동통신 기술과 위치추적 기술(GPS)을 자동차에 접목, 차량 사고나 도난 감지, 운전경로 안내, 교통 및 생활편의 정보, 게임, e-메일 등을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MIV는 한 마디로 말해 이동전화로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인 셈이다. 정말 생각대로 언제 어디서든 이동전화를 이용해 자동차를 원격 제어하는 ‘꿈의 자동차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번에 SK텔레콤이 선보인 모바일 텔레매틱스는 길안내와 위치정보는 물론 휴대전화를 통한 자동차 원격 진단·제어와 함께 각종 모바일 연동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모바일 텔레매틱스’ 서비스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MIV는 SK텔레콤이 전 세계 표준 기술을 세계 최초로 완성차에 구현해냈다는 것에 그 의미가 크다.

정보통신기술(ICT)산업과 자동차산업이 연계된 텔레매틱스 서비스는 완성차에 탑재할 수 있는 양산형 MIV를 연내 상용화해 본격적인 시장 활성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글로벌 자동차 생산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출고 전 차량에도 장착할 수 있도록 해 내년에는 154억 달러(약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경영학 박사 정은호님은...
재무론으로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이후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Chapel Hill에서 연구 활동을 했고,10여 년 이상 대학에서 강의했으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를 지냈다. 현재는 제로인투자자문의 대표를 맡아 투자자문 및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재무관리의 이해>, <선물옵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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