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예(KBS ‘세상은 넓다’ 방송작가)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인터넷 여행 카페였다.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의 여행정보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곳! 세계 각지에서 여행 중인 사람들이 그날그날의 날씨와 환율, 물가와 최신 여행정보까지 매일 현지의 상황을 업데이트해 주는, 이른바 알짜배기 정보들이 넘쳐나는 곳이 바로 인터넷 여행 카페이다. 

첫 여행지인 런던으로 향하기 직전까지 나는 수시로 여행 카페를 드나들며 최신 정보를 수집했다. 그러던 중 한 카페에서 여행 일정이 비슷한 여동생을 알게 됐다. 우리는 이런저런 정보를 나누면서 일정이 맞는 런던에서 동행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그녀는 대구에, 나는 서울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여행 전에 직접 만나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든 상황이라 일단 전화통화만으로 간단히 서로의 신원(?)을 확인해야 했다.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미지의 여행 동반자이지만 우리는 여행 전 수차례의 전화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알 수 없는 친밀감, 신뢰감을 쌓을 수 있었다.

버킹검궁 앞에서 근위병 교대식을 기다리는 사람들

버킹검궁 앞에서 근위병 교대식을 기다리는 사람들


런던에 도착하자 그녀와의 만남이 살짝 기다려졌다. 그녀보다 며칠 먼저 런던에 도착한 나는 본격적으로 서른 한 살의 여행 다이어리를 채워 나갔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버킹검궁의 근위병 교대식! 실제로 본적은 한 번도 없지만, 30여 년간 이어온 꾸준한 TV 시청으로 이미 그들의 스텝과 제복까지 그려낼 수 있을 만큼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래도 런던 여행의 시작은 왠지 버킹검궁 교대식을 봐야 할 것만 같은 관광객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버킹검 궁 앞으로 향했다.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즐긴 신록의 아름다움과 꽃의 향연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즐긴 신록의 아름다움과 꽃의 향연


앗!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때 아닌 일정 변경으로 근위병 교대식이 취소되면서 수백여 명의 관광객들과 함께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그 누구도 불평이나 야유를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일 시청 앞이나 청와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해 보자! 예정된 일정이 예고 없이 취소됐을 때 과연 수백 명의 인파가 조용히 물러났을까? 의문 아닌 의문이 든다. 왠지 이건 우리와 그네들 간의 커다란 정서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적이고 불같은 성격의 대한민국 처자인 나는 못내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터덜터덜 거리로 발걸음을 돌렸다.

런던 도심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나무 숲이 우거진 공원

런던 도심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나무 숲이 우거진 공원


그런데 버킹검궁을 지나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걸으면서 나도 모르게 방금 전에 있었던 불쾌감을 깨끗이 잊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서 사방에 가득한 푸른 녹음과 꽃들을 보며 걷는 기분이란! 용인의 에버랜드 꽃 축제에서나 보던 이국적인 꽃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푸른 실록을 마음껏 즐기는 자유로운 사람들! 공원 벤치에 가만히 앉아서 광합성이라도 하고 싶었다. 런던은 시내 어디를 가나 크고 작은 공원을 만나게 된다. 덕분에 런던에 머무르는 동안 틈틈이 공원에 들러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기부한 사람들의 메시지를 담아 공공장소에 설치한 런던의 기부 벤치

기부한 사람들의 메시지를 담아 공공장소에 설치한 런던의 기부 벤치


그밖에도 런던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주머니 가벼운 배낭 여행객에게 가장 좋은 건 최고의 미술관과 박물관의 입장료가 모두 공짜라는 것이다. 전용극장에서의 뮤지컬 관람료 역시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싸기 때문에 현지의 비싼 물가를 감당하더라도 꼭 들러봐야 한다. 매일 오전 레스터 스퀘어 광장에서 파는 할인 티켓을 구매하면 더 경제적으로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다. 

이 날 저녁 나는 여행 카페에서 만난 동생과 함께 뮤지컬 공연장에서의 조우를 앞두고 있었다. 정확한 약속을 정하지 못한 상태라서 시카고 공연장 앞에서 만나자는 것만 약속된 상태였다. 도착하면 전화 연락을 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한국에서 가져온 휴대폰으로 로밍 서비스를 받는 나와 달리 그녀의 휴대폰은 로밍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기종이라서 내가 일방적으로 그녀의 연락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뮤지컬 <시카고> 전용 극장과 공연 티켓

뮤지컬 <시카고> 전용 극장과 공연 티켓

나는 공연 한 시간 전에 미리 극장 근처 카페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30분, 20분, 10분 전까지도 전화벨이 울리지 않았다. 먼저 들어가야 하나……. 그녀의 티켓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터라 먼저 들어가기도 애매했다. 극장 로비에서 동양 여자만 지나가면 유심히 살피던 나는 결국 공연 시작 직전, 관객들이 모두 안으로 들어가자 혼자 로비에 남겨졌다. 즐거운 동행에 대한 기대는 바닥을 치고, 인터넷상의 만남에 대한 불신이 커져갔다. 아까운 티켓을 버릴 수 없었기에 혼자라도 공연을 보기 위해 들어가려는 찰나!

“언니~~” 거친 숨소리와 함께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언니~ 미안해요!”그녀는 거의 울상이 돼 있었다. 긴 얘기는 접어두고 일단 공연부터 보기 위해 입장했다. 뮤지컬 <시카고>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지만, 사실 영화로밖에 보지 못한 나는 더욱 기대를 안고 공연을 관람했다. 30파운드짜리 티켓은 그 몇 배의 감동을 주고 막을 내렸다. 이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

알고 보니 그녀는 한 달여의 유럽여행에서 사용할 GSM폰을 구입했다고 한다. GSM폰은 SIM카드를 구입하고 일정 금액을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식인데, 마침 충전한 금액을 다 써버린 그녀는 충전할 방법을 몰라 헤매다가 연락도 못하고 헐레벌떡 공연장으로 뛰어왔던 것이다. GSM폰은 수신이 무료라는 장점이 있지만 충전 방식의 난점, 영어로만 서비스되는 문자 등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단점이 적지 않다. GSM폰에 익숙하지 않았던 그녀는 이래저래 후회를 했다. 이후로도 그녀의 GSM폰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게 했는데 그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자. 어찌 됐건 여행 카페에서 만난 즐거운 여행 동행으로, 귀여운 동생으로 나는 아직까지도 그녀와 안부를 물으며 여행의 추억을 공유하는 사이가 됐다.  / SKT

정식 명칭이 웨스터민스터 세인트 피터 성당 참사회(Collegiate Church of St. Peter in Westminster)인 웨스터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은 웨스터민스터에 있는 고딕 양식의 거대한 성공회 성당이다. 서쪽으로는 웨스터민스터 궁과 인접해 있다. 이곳은 영국왕의 대관식 등 왕실 행사를 거행하거나 매장터로 이용하는 곳이다. 부근에 있는 웨스터민스터 대성당(Westminster Cathderal)은 로마 가톨릭교회 소속으로 이곳 사원과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정식 명칭이 웨스터민스터 세인트 피터 성당 참사회(Collegiate Church of St. Peter in Westminster)인 웨스터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은 웨스터민스터에 있는 고딕 양식의 거대한 성공회 성당이다. 서쪽으로는 웨스터민스터 궁과 인접해 있다.
이곳은 영국왕의 대관식 등 왕실 행사를 거행하거나 매장터로 이용하는 곳이다. 부근에 있는 웨스터민스터 대성당(Westminster Cathderal)은 로마 가톨릭교회 소속으로 이곳 사원과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편리한 로밍폰이냐 저렴한 GSM폰이냐
로밍폰은 기본적으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해외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전화기상의 서비스 설정이 자동으로 이루어지기는 통신 서비스의 우아함은 로밍폰을 사용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발신도 수신도 모두 본인이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국가별로 요금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싸지 않다. 아니 비싸다. 하지만 여행 중에 길게 통화 할 일은 많지 않다. 숙소 예약 확인, 현지 동행과의 연락, 집이나 친구들과의 안부는 주로 저렴한 문자 서비스를 사용하면 된다. 300원이면 80자 서비스! 이 정도면 할 말을 다 전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GSM폰은 저렴하지만 익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먼저 해외에서 GSM폰을 구입할 경우 간혹 락(Lock)이 걸려 있어 여러 국가에서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니 국내에서 락이 풀린 단말기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GSM폰은 단말기와 SIM카드를 구입하고 충전해서 쓰는 방식으로 수신은 무료이고, 발신요금은 경우에 따라 좀 차이가 있다. 문자는 영어로만 서비스된다. 나의 여행 동행자는 통합 SIM카드와 GSM폰을 구입했는데 수신요금은 공짜였지만 리히텐슈타인이라는 생소한 나라의 전화번호를 부여받은 탓에 상대방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 때는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여행 시 한 나라만 가게 된다면 해당 국가의 번호를 받아서 구입하고 그 나라 SIM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SIM카드는 선불 기능이기 때문에 유효기간이 지나면 충전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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