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인지 봄인지 헷갈리는 화창한(무려 덥기까지한!) 5월의 주말에 우리는 만났다! 오랜만에 모인 청춘의 대학생(이라 자부하는) 그들 넷은, 시시콜콜한 얘기에도 웃고 반응하며 떠들고 있었다. 그런데, 어라 주니 뒤로 앉은 빨간 티를 입은 한 남자사람! 그를 목격한 -그는 절대 아는 사람이 아님을 여기서 밝혀두는 바이다- ㅂㅎㅇ!! 그러고 보니 월드컵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군... 그의 한마디. 그렇다, 월드컵이다. 빨간티, 'Be the Reds!'를 시작으로, 우리는 월드컵에 대한 각자의 색바랜 추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ㅂㅎㅇ: 월드컵 하니... 2002년 월드컵이 생각나는군~ 나는 흔히 말하는 불운의 '84년생'. 그래- 2002 월드컵때- 고3, 2006 월드컵땐 군인, 그리고 올해 2010 월드컵엔 '취업준비생'....... 특히 나라 전체가 붉은 물결로 가득했던 2002년에 고3이었던 나는 (그리고 그 시절의 우리 84년생들은...) 외줄타기와 같은, 또는 어둠속 한줄기 빛과 같은 기쁨의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고나 할까?! (무슨. 말이래...)
물론 덕분에 행복했던 것은 맞지만 '수험생'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그런지 마음껏 웃고, 응원하며 즐기고, 떠들기가 쉽진 않더라고... 그래도 마음속엔 항상 태극기와 함께 붉은 피가 흐르며...(그럼. 누군..파란피?!) 
아무튼, 그나마 한석규 아저씨가 알려주는 '대-한민국(짝짝짝 짝짝)'응원을 마음속으로 계속 연습하면서 도 닦는 마음으로 쉬는 시간 틈틈이 사탐 문제집 풀어가면서 염불하듯 '대-한민국'을 되뇌곤 했지. (잠시 19세 시절의 회상에 잠기며....‘한숨...’)  어찌나 함께 모여 응원하던 이들이 부러웠던지... 


윤윤: 나도 월드컵 기억은 2002년이 처음이야. 고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처음엔 사실 큰 관심이 없어서 월드컵을 하는지도 몰랐어... 그런데, 폴란드와 함께 했던 첫번째 경기에서 한국이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이긴 거야!! 학교에서도 난리가 났었지! 사실 우리들 사이에서는 경기에 이기는 것 보다는 시청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서 하던 집단 응원이 엄청 재미있어 보였거든! 그래서 미국전 때 친한 친구 몇 명이서, 감~히 야자를 빼고 시청에 가기로 했다?
 누군 아침부터 아픈 척을 하고, 누군 집에서 급한 연락이 온 것처럼 하면서 친구 넷이서 시청으로 향했어. 학교에서 공부하는 친구들 안됐다고 생각하면서 시청에 갔는데, 비가 오는 거야- 하지만 비를 맞거나 말거나 사람들하고 응원하는 거 너무 신나서 재밌게 놀고 집에 왔어! 

ㅂㅎㅇ : 재밌었겠다...(넌 1학년이었구나...) 
             그 이후에도 응원하러 갔어? 또 갔어?!

윤윤 : 아니.. 그 이후에는 안 갔어.
일동 : 왜?
윤윤 : 그 날 비를 하도 맞아서, 가방 안에 있던 교과서들이 다 불어 터진 거야.. 
          1년 동안 수업시간에 책 한장 한장 넘기는 게 어찌나 힘들던지..... 
          그러고 보니, 올해도 시청에서 붉은 악마 응원한다며! 오래간만에 왕년의 시청파가 
          한 번 또 나서볼까나 ♬


주니: 월드컵하면 2002년이 제일 기억에 남는거 같어. 나는 개인적으로 2006년 월드컵에
         대해 안 좋은 추억이 있어.
B : 왜? 무슨 안좋은 추억이 있길래?
주니: 다른게 아니라 한국 경기를 아예 못봤어. 단 한경기도...ㅠㅠ
ㅂㅎㅇ: 흠..그 이유가 뭔지 짐작이 가는군. 너도 그땐 군대에 있었을 테니깐...



주니: 응 맞어. 군대에 있었어. 난 헌병이여서 밤이나 새벽에도 근무를 서야 되는데, 죄다 한국이 경기를 하는 시간에 근무를 스게 된거야. 스케쥴이 그렇게 나왔어.. 새벽 근무를 서게 스케쥴이 나온거야.. 난 이병이여서 짬도 안되고 하니깐 어디다가 하소연 할 곳도 없고..

윤윤: 뭐야뭐야..그건 너무하잖아..

주니: 뭐..짬이 안되니깐 어쩔수 없었어..하는 수 없이 근무 설 때 라디오로 중계를 들었지.
캐스터의 중계를 들으며 우리나라 선수들의 플레이를 상상하니 참 색다르더라. 그때 라디오로 들리던 '대한민국' 함성을 따라서 나도 마음속으로 응원을 했어. 우리나라가 골을 넣을때는 근무를 서면서 나도 모르게 펄쩍 뛰고...스위스전 때는 우리나라가 지는 것을 보면서...아니 들으면서...나도 마음속으로 울었던거 같아. 아무튼 그때 생각했어... 나중에 사회 나가면 2010년에는 정말 누구보다 정말 열심히 대한민국을 응원하겠노라고... 아득히 먼 훗날 같았던 그날이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니 믿기지 않아. 빨리 6월이 왔으면 좋겠어! 


B: 월드컵 월드컵... 월드컵이라. (초점이 흐려지는 별에게 다들 : 왜 그래/ 정신 차려/ 왜?)  또 내가 힘들 때 와 주셨구만, 우리 월드컵씨. 나 요즘 오춘기인가봐. 아- 벌써 8년 전이네, 2002년이면. 그 때도 나는 꿈이 있었고, 지금도 변함없이 -조금 변해버렸지만- 꿈을 갖고 있지. (윤윤: 오얼~ 뭐뭐뭐? / ㅂㅎㅇ: 아직 어린 게...)


B: 2002년에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책가방을 매고 친구들과 놀러 다녔고 (놀다보면 다 될 줄 알았거든), 2006년에는 꿈을 가지고 재수학원에 앉아있었지. (주니: 너도 수험생일 때 월드컵을 함께 했구나......  ㅂㅎㅇ: 그러게 놀지 말지............)

누가 엘리트 아니랄까봐. 그래 들어봐 마저. 2010년, 지금은 너님들도 나도 4학년의 대학생. (주니: 어 그러네! 우리 다 4학년이네?) 요즘 드는 생각이 있지. 다시 한 번 월드컵! 이라는 광고 봤어? 괜찮더라? 그치? 싸이님, 장훈님도 너무 좋고! 근데 그거 볼 때마다 자기반성도 되고, 뭔가가 꿈틀거린 달까?

누가 그러더라, 4학년이라 그런 거라고. 지난 학기까지만 해도, 홍길동이라도 된 마냥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신나게 다녔는데 요즘 들어 홍길동 놀이도 재미없어. 음 재미라기보다 일도, 연애도, 공부도, 그 사랑하던 유흥도! ‘그저 그런 시시덕한 일상’같아. (윤윤: 헐 그러다가 ‘건어물녀’된다 너!) 그치- 그래서 다시 달려보려고! (으쌰!)


'Reds gone?' 잘난 것 없어도, 뜨겁던 그 놈의 ‘열정’은 어디 갔을까? 예쁘고 멋지지 않아도, 빛나던 그 놈의 '열정'은? 아! 월드컵 때 시청 가서 외쳐야겠어, 같이 갈 거지? 다시 한 번, 월드컵도 88세대 대학생들도 모두 모두 Cheer UP! 울려주세요. 다시 한 번 그 함성을. 소중한 당신과 당신의 꿈을! 서로가 응원합니다, 어때 요정도면 괜찮겠어?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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