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참 많죠. 구수한 부산 사투리부터 시작해 영화 ‘친구’, 부산 갈매기’ 등등. 하지만 올 여름만큼은 부산하면 이 단어가 연상될 것 같습니다. 바로 2009년 여름,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을 뜨겁게 달군 ‘SK텔레콤 T1' 프로게임단’이 말이죠.

   We are the champion   

'3년 만의 우승 쾌거', '프로게임단 최초 5회 우승 달성', '명가의 부활' 등 SK텔레콤 T1의 08~09 시즌 우승에 붙는 수많은 수식어들은 T1이 결코 범상치 않은 게임단임을 말해주고 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굴곡 많은 E스포츠 10년 역사의 중심에는 언제나 T1이 있었습니다. 부산 땅에 3년 만에 우승 깃발을 꽂고 멋지게 금의환향한 프로리그의 영웅 T1.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프로리그 최종 우승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오랜 부진을 딛고 정상자리를 탈환한 그들의 화려하고 숨 가빴던 광안리 결승 여정을 지금부터 공개하겠습니다.

08-09 프로리그 챔피언 Sk텔레콤 T1


   7일 결승 1차전, T1의 난

T1과 화승의 1차전 경기가 있던 7일 오전부터 대회장은 각 팀의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휴가철을 맞아 대회장소인 광안리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까지 더해져 대회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는데요, 매년 프로리그 결승전이 펼쳐지는 장소인 만큼 부산 광안리는 이제 프로리그 결승전의 메카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관중들이 프로리그 결승전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E스포츠를 모르는 부산주민들도 이날만큼은 E스포츠 최고의 축제인 프로리그 결승전을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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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그룹 노브레인의 축하무대를 시작으로 드디어 08~09 프로리그 결승 1차전 경기가 시작되었는데요, 1세트에 출전한 정명훈 선수는 결승 첫날부터 강적 이제동 선수를 만났지만 역전승을 선보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습니다. 뒤이어 출전한 고인규, 박재혁, 도재욱 선수도 연이어 승리하며 T1은 화승 오즈를 상대로 4:0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출전 선수 모두가 승리하는 쾌거를 이루며 결승 1차전의 밤을 화려하게 장식한 T1은 우승에 한 발짝 다가서며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2차전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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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결승 2차전, 정명훈 天下   

결승전 즈음해서 들린 태풍 ‘모라꼿’ 소식 때문에 많은 팬들은 가슴을 졸였지만 다행히 대회 마지막 날까지 무난한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T1, 팬들 앞에서 2차전 승리의 각오를 다지는 모습


프로리그의 주인공이 결정되는 2차전 경기는 보다 긴장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는데요, 팬들의 열띤 응원만큼은 변함없었습니다. 4:0이라는 쓰라린 1차전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주먹을 불끈 쥔 화승 오즈와 여유와 패기, 그리고 자신감이 넘치는 T1의 불꽃 튀는 맞대결은 이튿날에도 계속 되었죠.

경기를 관전하는 서진우 GMS CIC 사장


결승 2차전에서는 화승 오즈의 기세가 다시 살아나며 우승자를 예측하기 힘든 난전이 펼쳐졌습니다. 1,2세트에 출전한 김택용, 박재혁 선수가 내리 승리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하였는데요, 특히 박재혁 선수는 화승의 에이스 이제동 선수를 꺾는 대이변을 연출하며 새로운 MVP후보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찍부터 이제동 선수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박재혁 선수는 이에 굴하지 않고 평소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T1 우승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하지만 이어진 3, 4세트에서 고인규와 정영철 선수가 나란히 패하며 2:2로 승부는 다시 원점이 되었습니다. 2:2 팽팽한 상황에서 T1의 에이스 정명훈과 도재욱 선수가 나섰는데요, 정명훈 선수가 구성훈 선수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며 스코어를 3:2로 넓혔지만 4세트에 출전한 도재욱 선수가 아쉽게도 손주흥 선수에게 패하며 다시 3: 3 동점으로 2차전 경기는 에이스 결정전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운명의 에이스 결정전. 상대팀에서는 결승전 2연패를 설욕하기 위해 이제동 선수가 에이스 결정전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T1은 팀의 운명을 맡길 선수로 부산출신의 정명훈 선수를 선택했습니다. T1의 ‘광안리 우승‘이라는 부담스러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경기에 나선 정명훈 선수. 하지만 이제동의 강렬한 눈빛과 포스에 결코 흔들리지 않고 뛰어난 플레이로 상대팀의 에이스를 다시 한번 무너뜨리며 고향인 부산에서 자신의 손으로 T1의 우승을 확정 짓는 영광의 순간을 맞이하였습니다. 결승전 내내T1 테란 라인의 명성을 잇는 명품경기를 선보인 정명훈 선수는 T1의 프로리그 우승은 물론 기자단 투표를 통해 만장일치로 결승전 MVP의 주인공이 되어 08~09 프로리그의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났습니다. 

팀의 운명이 걸린 에이스 결정전, 정명훈과 이제동의 물러설 수 없는 맞대결


   T1, 광안리를 접수하다   

가끔 E스포츠 결승전이 부산에서 열리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늘 모든 E스포츠 경기가 서울에 있는 경기장에서 진행될 뿐 아니라 E스포츠 팬들이 원정응원을 가기에 부산은 너무 먼 거리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E스포츠 관계자들은 이에 반문하듯 한 목소리로 얘기합니다. 부산은 ‘E스포츠의 성지’ 조건을 잘 갖춘 도시이며 E스포츠의 역사에서 이제 부산 광안리는 빼놓을 수 없는 전통이 됐다고 말이죠. 의미와 이유야 어떻든 부산 광안리가 부산 시민들과 E스포츠를 잇는 매개체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런 결승전 역사의 땅, 광안리에서 V5를 달성한 T1은 결승전 특설무대에서 마스코트 벙키의 특별공연, 선수단의 CF 패러디와 경기 중간 선수들의 세러머니 등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며 팬들과 부산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어냈습니다. 경기는 물론 경기 외적인 부분까지 섭렵했던 T1은 1박 2일 동안 부산 광안리를 ‘T1의 땅’으로 만들었습니다.

광안리 모래사장에 우승 깃발을 꽂은 T1


톡톡 튀는 ‘엣지’ 스타일보다 팀에 자신을 맞추며 함께 호흡하는 ‘Together' 의 자세로 임했던 지난 10개월간의 노력은 T1 선수단에게 잊지 못할 한 여름의 추억을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여름, 우리도 T1 선수들에게 잊지 못할 광안리의 추억을 선물 받았습니다. 팀을 부활시키며 다시 한번 정상의 쾌감을 맛본 T1 선수들은 우승의 축복을 뒤로하고 이제 다시 출발선상에 서서 외쳐봅니다. ‘T1의 시작은 이제부터’ 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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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의 정상자리를 탈환하고 V5의 쾌거를 이룬 T1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T1의 프로리그 우승을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 T1의 우승스토리 2부는 결승전 비하인드 스토리와 뒤풀이 현장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꿈머굼별머굼 (SK 스포츠단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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