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짱 (SK텔레콤 블로그 에디터)

지금 생각해 보면, 원할 때 통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원하는 메시지를 문자로 충분히 전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사람들이 삐삐에 열광했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삐삐가 출현한 당시 상황을 생각해 보면 삐삐는 놀라운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 준 큰 문명의 혜택이 아닐 수 없음을 알 수 있지요.

삐삐가 나오기 전까지, 전화는 통화를 원하는 사람을 꼭 찍어 할 수 있는 퍼스널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선 집이나 사무실로 전화를 해서 통화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바꿔달라고 해야 하는 공공의 커뮤니케이션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이 삐삐란 녀석의 등장으로 전화기는 차츰 퍼스널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변화해 갑니다. 내가 통화를 원하는 사람에게 내 번호만 남기면, 그 사람이 어디에 있건 내가 남긴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삐삐가 한 참 유행하던 90년대 중반에는 공중전화마다 삐삐에 찍힌 숫자가 누가 보낸 걸까? 궁금해하며 전화 통화를 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기억이 나실 겁니다.

 
숫자 메시지를 전달해주던 삐삐

숫자 메시지를 전달해주던 삐삐


요즘 휴대폰이야 사진에 동영상까지 전송이 가능하지만 삐삐는 숫자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도구입니다. (문자를 전송하는 삐삐도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이 숫자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일반 삐삐를 사용했지요.) 이런 단점이 답답할 만도 한데, 당시 사람들은 삐삐에 찍어 보내는 숫자에도 나름 의미를 담아서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1010235는 사랑하는 연인들 끼리 열열히 사모한다는 뜻의 내용이고, 사랑하는 애인을 부르는 호칭은 1004, 친구 사이를 뜻하는 7942, 빨리빨리 연락 달라는 내용의 8282 등은 당시 삐삐에서 자주 사용하는 번호에는 나름의 의미를 가진 암호와도 같았습니다.

삐삐를 퍼스널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의 1세대로 규정지을 수 있는 다른 이유는 음성 사서함 기능 때문이죠. 숫자를 찍어 전화를 부탁하는 것에서 삐삐의 역할이 끝나지 않고, 각자 개인의 음성사서함을 두고 음성 메시지를 남겨서 전달 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휴대폰 가입자가 4천만 명이 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삐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휴대폰은 받는 사람의 일정이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연락을 하는 도구인 반면, 삐삐는 상대방을 고려해서 편한 시간에 연락을 부탁하는 매력이 있다고 합니다. 아직도 삐삐에 1010235를 찍고 1004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조금 놀랍습니다. 혹시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에도 예전 삐삐의 암호와 같은 숫자 메시지를 이용하시는 분들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 S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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