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일까요? 지하철을 타면 신문이나 책을 든 사람들 보다는 전자기기를 손에 쥐고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모두 이어폰을 귀에 꼽고 고개를 45도 정도 꺾어서 화면에 매우 몰입하고 있는 사람들. 그렇게 화면을 주시하는 사람들 10명 중 최소 1~2명 이상은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요. 사실 이런 광경이 우리 삶에서 익숙해진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복학할 당시만 하더라도 휴대폰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여전히 통화 / 문자 전용기계였으니까요(칼라 폰이 처음으로 나오기 시작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휴대폰 인터넷의 시초, n.TOP

그런데 사실 당시에도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할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한다는 것은 보편화된 사실이 아니라 엄청난 뉴스거리였죠. 특히 n.TOP의 경우 타사들과는 달리 국내최초로 세계 표준 기술인 WAP을 채용했다는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사실 풀브라우징까지 되는 지금 돌아보면 당시에 휴대폰 상에서 인터넷을 볼 수 있는 영역은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말이죠. 하지만 누가 뭐래도 증권, 예약, 위치정보, 전자우편, 주소록, 일정관리 등 고객들이 자주 쓰는 메뉴를 중심으로 인터넷을 구현했다는 사실은 엄청난 뉴스거리였답니다.



  광고야, 몰카야?

이렇듯 당시로써는 파격적이었던 서비스다 보니 n.TOP을 알리는 방법에도 여러가지 고민이 있었던 것은 당연지사. 첨단 기술을 어떻게 고객들에게 설명할지에 대한 고민 때문에 광고 기획자들은 머리가 터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당시 n.TOP 광고는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파격적이랍니다. 몰카화면 같은 화질의 장면이 나오고 난데없이 “면접에서 뭐 물어보던가요?” 라고 물어보는 광고. 분명한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던져대는 광고들 사이에서 갑자기 이런 장면이 나오면 시청자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시청자들은 ‘이건 또 뭔가?’ 싶다가 끝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는 메시지가 뜨고 나서야 ‘SK텔레콤 광고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n.TOP=SK텔레콤으로 연결하게 해 준 연결고리인 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는 당시 스피드 011의 캣치 프레이즈를 그대로 가져와 ‘SK텔레콤은 인터넷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따뜻하고 효과적인 광고

당시 나왔던 n.TOP광고들은 모두 무명 모델을 기용하고 카메라 기법을 철저히 배제해 일부로 몰카처럼 보이게 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당시 대중화된 캠코더와 유사한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고 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당시 시청자들은 기존 광고의 틀을 깨고 마치 다큐처럼 주위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사람의 생활 단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하네요.

당시 가장 첨단 기술을 응용한 서비스를 가장 아날로그적인 모습으로 소개한 n.TOP 광고를 보면 반드시 돈을 많이 쓴 화려한 광고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광고의 핵심은 의도한 메시지가 전달되느냐!! 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 이런거 만들었지롱~’하고 자랑을 하는 대신 ‘이제는 인터넷도 언제 어디에서라도 필요할 때, 문득 생각날 때 이용할 수 있어요.’라고 설명해 주는 n.TOP 광고는 차가운 기술을 따뜻한 메시지와 함께 효과적으로 설명해 준 ‘좋은 광고’의 대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뉴욕에 있는 여자친구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n.TOP 버스편은 말이죠.^^



얼큰진지남(SK텔레콤 블로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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