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이 (SK텔레콤 블로그 에디터)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고민거리들을 끌어안고서 밤을 지새운 10대 시절의 기억,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경험입니다. 밥도 넘어가지 않고, 잠도 이루지 못할 만큼 걱정되지만 막상 누군가에게 말하려고 하면 왠지 별 것 아닌 것만 같아 혼자 끙끙댔던 그런 기억 말이에요. 하지만 이런 고민들을 문자 메시지를 통해 상담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우리의 지난 청소년 시절이 보다 편안하지는 않았을까요?


이제는 상담도 문자 메시지로   

청소년 문자 상담은 보건복지부의 지도를 받는 한국모바일 희망재단에서 지난 2007년 3월 2일부터 시행되어 오고 있으며, 현재 상담 선생님들이 전국에서 아이들과 문자 메시지로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선생님들이 3교대로 자택 근무를 하고 있으며, 정해진 시간대에는 컴퓨터 앞에 늘 앉아서 상담을 진행합니다.


문자 메시지로 상담을 받는 방법! 휴대폰에서 문자 메시지를 입력하고, 받는 사람 전화번호 입력란에 #1388을 넣고 전송하면 됩니다. 그러면 이렇게 보내진 문자 메시지가 선생님들의 컴퓨터 화면에 랜덤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한 번 배정된 선생님은 바뀌지 않고요. 상담 내역이 프로그램에 저장되기 때문에 언제든지 아이와 대화할 수 있으며, 아이의 휴대폰 번호는 끝의 네 자리만 공개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없습니다. 문자가 온 지 2분 내에 답장을 보내는 것이 원칙!

아무래도 아이들이 문자에 요즘 많이 익숙하기도 하고, 또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다는 한송이 선생님. 짧게는 10통으로 끝나기도 하고 길게는 2시간 이상 주고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 상담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더불어 평소에는 200명에서 250명 사이가 문자 상담을 신청해 오는데, 방학 때에는 500명 이상일 정도로 많아진다고 해요. 심지어는 1,000명이 넘었을 때도 있었다고 하는군요.


  요즘 아이들, 이런 고민을 많이 해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저마다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걸까요? 통계를 보면 진로 내지 학업 스트레스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최근 들어 가정폭력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늘었다고 하는데, 경제가 어려워지고 가정살림이 빡빡해지면서 아이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거지요. 이럴 때에는 무엇보다 아이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가까운 친지에게 연락하게 하거나 심각할 경우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상황도 종종 벌어집니다.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가 한창 방영 중이었을 때, 드라마 방영 시간에는 상담이 확 줄어들었대요. 사실 밤 10시부터가 상담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간대인데도 말이에요. 그랬다가 드라마가 끝나면 시청 후기들과 함께 ‘이민호랑 결혼하고 싶은데 어떡해야 하나요' 등과 같은 문자 상담이 들어오기도 했답니다. 그것도 아주 진지한 내용으로요. 또 ‘아내의 유혹'이라는 드라마가 한창 인기였을 때에는 ‘저도 주인공처럼 멋지게 변신해서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복수하고 싶어요' 이런 상담도 있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런 사례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해요. 인터넷 중독부터 진로, 성폭력, 가정폭력, 자살 등을 상담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그 중에서도 자살 문제가 가장 어렵고 심각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하루에 몇 명 정도씩은 꾸준히 상담 신청을 해온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문자 메시지 상담을 통해 자살하려는 아이들을 막은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는 더군다나 얼굴을 마주한 상담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 탓에 문자 상담이 더 유효한 것 같다고 하네요.

아이들을 위해 준비된 사람들, 상담 선생님   

보람도 느끼지만, 안타까운 면도 없지 않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문자 메시지만으로 도와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래도 아이가 최대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들을 알려주고 또 함께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선생님들. 이러한 상담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청소년상담사, 청소년지도사 등을 비롯한 관련 분야 자격증이 있어야 합니다. 또 워낙 여러 분야에서 상담이 들어오기 때문에 봉사활동 같은 경력도 많이 본다고 하세요. 그런데다 순발력도 있어야 하고, 컴퓨터도 잘 다루어야 하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도 갖추고 있어야 보다 원활한 상담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연예인들, 예를 들면 소녀시대나 빅뱅 멤버들도 다 알고 있어야 하고, 심지어 아이들만이 쓰는 은어에도 정통해야 한다는 군요. ‘사생뛰고 와서 힘들어요'라든가, ‘생파 갔다 왔어요', ‘우리 반 안말찌 너무 싫어요' 등과 같은 아이들의 말을 이해해야 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마음도 젊어지는 것 같다는 선생님들이십니다. ^^



문자 메시지는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 이상으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고, 또 자살도 막을 수 있습니다. 보다 많은 아이들이 메시지를 보내오길 바라마지 않는다는 선생님들. 상담을 계속한 아이들이 나중에 ‘저 대학 입학했어요’하는 연락을 하며 잘 지내고 있을 때 더 없는 보람을 느끼신다는 선생님들. 이러한 상담 선생님들을 가리켜 MF(Mobile Friend)라고 부르고 있다는데, 이분들이야말로 모바일을 통해 아이들의 진정한 친구로 자리매김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SKT


1388 문자상담은 SKT와 KTF 이용자들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나 현재 LGT만 건당 20원의 요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KTF는 2008년 11월부터 무료 전환)
또한 채팅상담도 있는데, 이는 SKT 이용자들만 가능합니다. 휴대폰에서 **1388 + NATE (혹은 통화버튼) 누르면 접속할 수 있으며, 문자 상담의 경우 한번에 40글자라는 제한이 있지만 채팅은 글자수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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